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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갖고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도 알잖아요. 부도덕한데다 감정 이입에 반대하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최후 세계대전 직후처럼 그게 범죄 행위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범죄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특수자’로 분류되면, 설령 불임 시술을 받더라도 역사의 바깥으로 물러나야 했다.
어쩌면 파괴와 오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지구는 친숙한, 집착하게 되는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면, 이들은 하늘을 뒤덮은 먼지 장막이 결국 걷힐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몸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서로의 존재에서 위안을 구할 수 있는 도시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한 이들은 그나마 정신이 온전한 축에 속했다. 이들 말고 거의 인적이 끊긴 교외 지역에 둥지를 튼 별난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 위험 수치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오염이 심한 지역도 있었다.
그때쯤이면, 당연히 근…
죽음은 확실하나 생명은 불확실한 것.
더욱 비참하게도, 그는 정신 능력 시험의 최소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고, 요샛말로 하면 그건 ‘닭대가리’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이지도어는 세 행성에서 모두 경멸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살아남았다. 직업도 있었다. 가짜 동물 수리점에서 픽업트럭을 모는 일이었다. 밴 네스 동물 병원과 그곳을 운영하는 우울하고 무뚝뚝한 한니발 슬로엇이 그를 인간으로 받아 주었고, 이지도어는 그 처사에 깊이 감사했다.
이지도어와 비교하면 한없이 더 멍청한 닭대가리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아예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아메리카 특수 직업 기술 연구소’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보호 시설에 수용되었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여기서도 ‘특수’란 단어는 반드시 들어간다.
정적, 건물의 목조 뼈대와 벽에서 강렬하게 번득이는 정적. 거대한 풍차 날개가 일으민 바람처럼 정적이 이지도어를 강타했다. 벽 모서리를 따라 마름질된, 구멍 숭숭 난 회색 양탄자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정적이었다.
아예 망가졌거나 반쯤 망가진 부엌의 가전제품, 이지도어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작동한 적 없는 죽은 기계에서 풀려나 집 안을 휘젓는 것이 정적이었다. 거실의 무용지물 키다리 갓등에서 꾸물거리며 흘러나오는 정적이, 파리똥이 점점이 박힌 천장에서 공허하고 고요하게 하강하는 정적과 합쳐졌다.
…1000호가 있는 이 쇠락하고 눈먼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뿐이었고, 이 건물은 다른 건물들처럼 날마나 조금씩 엔트로피에 의해 폐허로 변해
..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때마다 언덕의 모양이 바뀌었지만, 천천히 바뀌었기 때문에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채기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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